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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신경득 ! (1)
 이우완  | 2009·09·05 01:01 | HIT : 2,174 | VOTE : 596

아, 신경득!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할 무렵 그의 아버지는 경미한 정치사범으로 대전교도소에 있었다 한다. 국군의 후퇴가 임박할 무렵, 아주 경미한 사건으로 교도소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는 다른 정치범들과 함께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끌려가서는 불귀의 혼이 되고 말았다 한다. 그때 그의 아버지 나이가 갓 스물을 넘겼을 때라 한다. 그렇게 해서 어린 나이에 홀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시신을 찾으러 소문만 무성한 골짜기를 헤매어 다녔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은 어린 시절을 거쳐 성장하는 동안 늘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고 머리에서 가슴을 거쳐 더욱 더 크게 울림을 거듭했던 것 같다.

  (전략)

  우리가  *ㅅH끼사슴을 안고

  의기양양하게 방천둑을 따라 걸을 때

  산을 내려온 어미는

  우리를 따라오며 애자지게 울었다

  우리는 가슴이 막막하여

  ㅅH끼 사슴의 슬픈 눈동자를 보았다

  큰형은  ㅅH끼사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보고

  방천둑에 ㅅH끼 사슴을 놓아주었다

  눈덮인 산길을 내려오며 큰형은

  찬샘골 맑은 물 흐르는 소리처럼

  낮게 흐느껴 울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아버지를 생각하며

                                                  - 신경득「사슴」부분

(*ㅅH끼 ; 한글로만 이 표현을 하면 검열에 걸려 이 사이트에 글을 실을 수 없다네요.)

  육신의 성장과 함께 울림을 거듭하며 그 크기를 키워온 ‘아비 잃은 한’은 법과대학을 졸업한 그를 문학청년의 길을 가게 했다. 대학을 졸업한 2년 후 그는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문학의 길을 걷게 된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국문학 석사, 박사 학위를 따고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84년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진주에서의 25년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불행하게도 중년의 나이에 이미 시력을 상당히 잃어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대학에 갓 들어갔을 때까지는 커다란 돋보기-우리가 어릴 때 양지에 앉아 종이에 불을 붙이곤 하던 그 돋보기-로 띄엄띄엄 책을 읽는 것이 가능했는데, 시력은 급속히 떨어져서 나중에는 옆에서 팔짱을 끼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이는 한 발짝도 나다닐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화장실까지의 20미터 남짓한 길을 오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우리 제자들은 교수님께서 발걸음 수를 다 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우리의 그런 추측으론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일도 있었다. 교수님은 교수로 재직을 시작할 때부터 가좌동의 하숙집에서 학교 뒷산까지 약 40~50분 거리의 산책을 꾸준히 해 오셨다. 시력을 잃고 난 이후에도 다른 보조자 없이 혼자서 그 산길을 새벽마다 다니고 계셨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쩌다 가끔, 아주 드물게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가 얼굴이나 팔둑 등에 나 있던 적도 있었다.

  나는 그런 교수님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 즐거웠다. 교수님과 팔짱을 끼고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의아하게 바라보는 뭇 시선들조차 감미롭게 느껴졌다. 교수식당까지 점심을 드시러 가는 길이거나, 교양학관에 강의를 하러 가시는 길을 수행하곤 했었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책을 읽어 드렸다. 당시 우리들은 당번을 정해 교수님의 눈이 되어 드리곤 했는데, 주로 교수님께 신문을 읽어 드리거나 책을 읽어 드리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교수님은 글을 읽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교수님들보다 훨씬 많은 저서를 남기셨다. 그리고, 그 저서들의 머리말에는 항상 책을 읽어준 학생들의 이름을 나열하고는 고마움을 표하시곤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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