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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이정숙  | 2012·04·14 10:42 | HIT : 1,730 | VOTE : 501
스프링벅 / 배유안 글 / 창비

4월 3일 토요일 오전 10시 주민회사무실
모인이는 이미숙, 홍길자, 서명자,이정숙

어제 밤 깨를 씻어놓고 아침에 볶지 않으면 싹이 날것 같다고, 갓 볶은 깨 한봉지와 직접 만든 딸기쨈 한병을, 명자언니가 돌렸습니다. 감사합니당~
저번 처음 온 효영언니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숙희언니는 남해공연 잡혀 가는 길이라고 연락이 와서 같이 하지 못했습니다.

스프링벅은 '초정리편지'로 먼저 알게된 배유안님의 장편 소설입니다.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이 부쩍 잦았던 몇 년 전, 그게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해서, 글쓰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보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통증이 심해서...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메모하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들이 이야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사)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회지에 올려진 길자언니의 글을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프링벅 / 배유안 글/ 창비 펴냄
                                           홍길자 회원

텔레비전에 나오는 공익광고 중 이런 게 있었습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고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이 광고를 처음 봤을 때, 마음 속 깊이 넣어 두었던 비밀을 들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동화읽는 엄마모임'을 8년 째 꾸준히 해오며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기로에 섰을 때마다, 같이 하는 엄마들과 경험을 나누고, 고민하고, 토론하며 내공을 다졌다고 장담했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원하는 일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그 일로 행복하다면 무조건 지지해 주어야지.'
'왜? 난 괜찮은 엄마니까'
하지만 이런 마음은 늘 마음 뿐이고, 나의 말과 행동은 반대일 때가 많습니다.

시험 때가 다가오면 책을 펴 놓은 채 꾸벅꾸벅 조는 아이에게
"엄마가 엄마 역할을 다하는 것처럼 너도 학생 역할을 해 주어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공부를 잘 하라는 게 아니야. 최선을 다 하라는 거지"
하면서 무수히 내뱉었던 말들은 결국 '공부좀 해라'였던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마음은 알고 있는 이상과, 실천하지 않는 현실 속 저에게 늘 불편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그것을 함리화시키기 위해
'난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부모일 뿐이지 몇 안 되는 특별한 부모는 아니다. 나야말로 인간다운 것이지'
하며 많은 학부모 속에 파묻혀 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스프링벅'(배유안 글/창비 펴냄)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내가 대한민국의 학부모라는 진실이 불편해졌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벅이라는 양 이야기 아니?"
"이 양들은 평소에는 작은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다가 점점 큰 무리를 이루게 되면 아주 이상한 습성이 나온다고 해.

무리가 커지면 맨 마지막에 따라가는 양들은 뜯어 먹을 풀이 거의 없게 되지.
그러면 어떻게 하겠어? 좀 더 앞으로 나아가서, 다른 양들이 풀을 다 뜯기 전에 자기도 풀을 먹으려고 하겠지.
그 와중에도 제일 뒤에 처진 양들은 역시 먹을 풀이 없게 되니, 앞의 양들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서려 할 테고.

이렇게 뒤의 양들은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앞의 양들은 또 뒤쳐지지 않으려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 돼.
그렇게 되면 맨 앞에 섰던 양들을 포함해서 모든 양들이 서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마구 뛰는 거야.
결국 풀을 뜯어 먹으려던 것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다른 양들보다 앞서겠다는 생각으로 뛰게 되지.
그러다 보니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거야. 자, 정신없이 달리는 양 떼를 한 번 상상해봐, 웃기지 않니?" (중략)

"뛰어, 뛰어. 정신없이 뛰어.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해안절벽에 다다르면......
앗, 절벽! 하지만 못서지. 수천 마리의 양 떼는 굉장한 속도로 달려왔기 때문에 앞에 바다가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멈출 수가 없는 거야.
가속도, 알지? 설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모두 바다에 뛰어들게 되는 거지.
그렇게 해서 한 번에 수천 마리의 양이 익사하는 사태도 발생한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 아니니?"

- 스프링벅 46~48쪽-

이 책을 읽은 후 참 어이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양들은 결국 내 아이의 모습이었고, 난 은근히 아이가 앞만 보고 달려 가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위해 달려야 하는지는 모르고 내 옆의 사람이 또 그 옆의, 앞의 사람이 달리니까 달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는데 말입니다.

전 수많은 양들이 달리기를 멈추고 맛있고 싱싱한 풀을 뜯어 먹길 바랍니다.
달리다가 미처 먹어보지 못한 풀, 그 풀이 꼭 맛있는 풀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오늘도 문제집을 앞에 놓고 열공하는 아이에게 공부를 하지 말라는 용기 있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진짜 공부를 하도록 도와줄 작정입니다.
그것이 또 절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빙 둘러 간다고 결코 낭비가 이니야. 생각지 못한 절경을 즐기면서 갈 수도......"

-스프링벅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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